비에 젖으면 투명해지는 꽃, 산하엽
사실 말로는 잘 와닿지 않는 설명이라 사진을 찾아보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맣고 하얀 꽃이 비에 젖으면 몸을 웅크리며 투명하게 변한다.
꽃은 흔히 우리의 인생에 자주 비유된다. 이형기나 조지훈의 낙화,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우리의 인생과 흔히 빗대어지는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진부하지 않게,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종현이가 우리네 인생을 이 산하엽에 비유했을 때 감정 역시 새로웠다. 아니, 새로웠다기보다는 처연하고, 멍해졌고, 이상했다.
비에 젖으면 잘 보이지 않는 이 산하엽의 꽃잎처럼, 우리네 인생에서도 이렇게 존재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고.
비가 오면 젖고, 오지 않으면 다시 흰 빛의 모습을 드러내는 이 산하엽과 같이 우리도 때론 젖을 때가 있고, 말라서 존재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현이가 노래에 담았다고 푸른밤에서 사족을 붙였다.
산하엽의 꽃말은 '친애의 정, 행복'
젖어가고, 말라가는 것의 반복을 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지 않을까 하는 말도 했다. 식물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 꽃말과,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연결시킨 그 합치점이 처연한 노래로 탄생했다. 두고두고 곱씹을 말이었다.
2008년에는 그 어린 19살 소년이 이렇게 될줄 몰랐다. 아이돌이라는 건 듣는 재미보단 보는 재미를 더 중요시하는 직업이고, 그걸 소비하는 우리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다섯 명은 음악적으로도 꾸준히 발전했고, 나는 기대를 하는 동시에 애들이 이렇게 대단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무뎌져갔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이 음성을 들었을 때는, 김종현의 한계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소름과 함께 끼쳤다.
푸른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에서 '하루의 끝'을 듣고 위로받았던 그 작년 가을 이후로, 이번 노래는 다른 의미로 위로를 안겨주었다. 그냥 지금 내가 젖어있는 것도, 언젠가는 마를 날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지.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노래로 위로받는다는 말을 샤이니 덕분에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7년동안 항상 너무 고맙고, 고마운 내 사람들
지금은 난 아직 피지 못한 과정에 머물러있고, 완연한 개화를 기다리는 미생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좀 더 기다려보고, 내 길을 곧이 곧대로 나아가야지. 한 두번 안된다고 좌절하지 말아야지.
이런 좋은 노래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 종현아. 넌 내 사랑이고 내 자랑이야.
내 삶을 위로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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